뒤를 돌아보면서 – 박노해
나이가 드니 안녕이 참 많군요
안녕이란 말이 무서워지는군요
가면 갈수록 사랑이 오기보다
이별이 더 많이 걸어오는군요
지구에서 한 생을 산다는 게
수없는 이별의 연속이지만
좋은 소식은 점점 가물어지고
탄식은 늘어만 가는군요
나이가 드니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군요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때도
뒤를 돌아보면서 앞을 바라보는군요
그대와 나,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뒤돌아봐요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일을 해왔어요
나와 함께 걸으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게 보기 좋았어요
그때도 그랬듯 난 특별히 해줄 게 없네요
그대가 더는 함께 갈 수 없어도
그래도 나에겐 가야할 길이 남아있어요
생을 건 약속이 하나 있어
나 홀로 앞을 바라봅니다
뒤를 돌아보면서, 안녕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에 실린 ‘뒤를 돌아보면서’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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