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10금 속마음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들
그대아침
2025.01.10
조회 166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엄마가 야단을 치셨는데
고분고분 인정하지 않고 대들었습니다. 화가 난 엄마가 더 크게 야단을 치셨고
달리 대들 방법이 없어서 그냥 집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군고구마 장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른 달려가 군고구마 세 개를 샀습니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 군고구마의 껍질을 까서
노릇노릇한 속살을 정신없이 베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세 개째를 먹을 때쯤입니다.
그림자 하나가 머리 위로 드리워졌습니다. 머리를 들어 쳐다보니,
꽤 근사하게 생긴 또래 남자아이였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미소년이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저기.. 나하고 얘기 좀 할래?"

그 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먹다 만 군고구마였습니다.
지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밝은 데 가면 입가에 검댕이 묻어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군고구마를 든 손을 얼른 뒤로 감추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필요 없어! 저리 가!"
소년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돌아섰습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군고구마만 아니면 너랑 얘기했을 거야.’

아무도 모르게 짝사랑하던 선배를 10년 만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포장마차에서 케첩 잔뜩 친 핫도그를 크게 입 벌려
허겁지겁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서너 발걸음 옆에 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냅다 도망쳤습니다.
얼마 후, 지인이 물었습니다. "너, 그 선배를 싫어했었니?"
말하고 싶었습니다. 천만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그동안의 안부도 얼마나 궁금했는데요. 케첩 잔뜩 친 핫도그만 아니었으면
어쩌면 10년 전 일까지 고백했을지 몰라요..


*유선경의 <소심해서 그렇습니다>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