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17금 언덕을 만나고 고개를 넘어도 함께라면
그대아침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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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집 밖에 있는 집에 살 땐 집에 화장실이 있었으면 소원이 없을 거 같았다.
집에 화장실이 있지만 반지하인 집에 살았을 땐 아파트로 이사 가면 
소원이 없을 거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눈물만 흘리던 시절엔 성인이 되면 소원이 없을 거 같았다.
공부하는 게 죽도록 싫었을 땐 대학에 가면 행복할 것만 같았고
사랑이 간절했을 땐 연인이 생기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저 언덕만 넘으면 저 언덕만 넘으면 행복할 거야. 
낙원이 있을 거야.
언제나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나왔지만
그 또 다른 언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오르고 또 올랐다.

이제는 안다. 내가 지금 간절히 원하는 그것. 
그것이 해결되더라도 절대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생은 언덕을 넘고 낙원을 만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언덕을 넘고 
그다음 언덕을 향해 가면서 평평한 평지를 사랑하는 사람과 
제법 느긋하게 걷기도 하고 먼저 올라간 사람이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고 
힘들면 언덕 중간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잠깐 쉬었다 가는 거라는 걸.
무언가 하나를 넘겼다고 해서 절대 평온하고 절대 행복한 시간은
오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더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 게 삶이라는 걸.
사랑해야 한다. 더. 


*박근호의 <사랑할 기회>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