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31금 언제나 그대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대아침
2025.01.31
조회 180
내게는 제주도에 자리 잡은 후배가 하나 있다.
과 후배인데, 서울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 제주도로 내려갔다. 
후배가 내려오라고 해서 한겨울에 가봤다. 점심을 거하게 먹고 드라이브를 했다.
드라이브 내내 후배는 구상 중인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들려줬다.
악당들에게 아들이 납치된 주인공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용인데도,
이미 수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수십 번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후배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인 것이다.

후배는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시나리오를 썼다.
가끔 시나리오를 내게 보여줬는데, 그때는 아직 좀 어설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재능이라고 불러도 좋을 곳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열심히 쓴 덕분에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후배는 한 영화 잡지에서 주관한 '한석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2등의 영광을 안았다.
적지 않은 상금도 받고, 곧 영화화될 것 같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순탄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후배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주도에 온 이유도사업을 하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다.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가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되기를 꿈꾸면서 
여전히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제주 바다에는 많은 생물이 산다.
뭍에서는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형상을 한 물고기들이.
마찬가지로 후배가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와 플롯, 배경들이
녀석의 꿈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예전에 그 바다에 나가 덜 숙달된 낚시질로 잡아 올린 것들은
아직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몇몇은 아직 성장하지 못했기에 다시 바다로 돌려주기도 했을 것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낚시를 하고 있는 후배는 언젠가는
모비딕에 나온 고래 같은 '물건'을 캐스팅해 올지도 모르겠다. 

후배가 어느 날 뼈만 남은 다랑어를 배에 태우고 귀환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바다는 넓어”라고 카리브 해의 남자같은 미소를 보여주며 등을 토닥여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이참에 물고기 뼈로 멋진 간판이나 만들어 보자”라고
넌지시 꿈의 전환을 이야기할까.
꿈을 응원하는 일도 꿈을 버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에 따라 여러 버전을 만들어 둘 수밖에.


*권희대의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