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04화 과거를 기록하세요 추억이 더 풍성해질지도
그대아침
2025.02.04
조회 187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된 후 처음 연재한 만화의 제목은 ‘엊그제’였다. 
'엊그제'라는 말은 지나간 날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기에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라는 식의 표현은 꽤 자주 사용하니까. 
하지만 우리의 엊그제는, 잘 기억되고 있는 걸까?

서울에서 아주 평범하게, 보통 정도로 빠듯한 가정에 속해 살면서 잦은 이사를 겪다 보니
걸러지고 버려지는 것도 많았다. 이사라는 건 어쩌면 이 도시의 뜰채인지도 모르겠다.
이삿짐을 싸다가 노오란 색의 작은 사진앨범 몇 권을 발견했다.
끌끌끌 웃으며 보는데, 문득 뭔가 이상했다. 
친한 친구와 꽃다발을 들고 찍은 사진에는 우리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함께 학교를 다닌 기억이 졸업식이라는 
일시적인 이벤트로만 기록되어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사진은 꽤 많았지만 여기저기 추억을 남기려는 모습들뿐,
내가 정말로 기억하고 싶었던 장면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서 교실을 나와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었던 방과 후,
친구 책상에 걸터앉아 떠들거나 혼자 시디플레이어로 노래를 듣던 쉬는 시간,
모래바람이 부는 매점 앞에서 사 먹던 빵 봉지에 묻은 눅눅한 잼... 

마치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소한 기억들이 이 앨범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더 지나 무감각해지면 그 기억들은 결국 손을 놓고 영영 사라질 것 같아 아찔했다.
이번 뜰채에 걸러진 ‘엊그제들’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들과 함께 잊히지 않기를.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일들은 조금 더 신경 쓴 엊그제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임진아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