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보니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구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시집살이를 하며 외로워하던 내 모습이 애잔해서,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엄마가 돼서 좌충우돌했던 내가 안쓰러워서,
유학 떠날 때는 내 목에도 안 차던 네가 어엿한 숙녀가 되어 내 곁으로 돌아온 게 대견해서,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 밥 먹고, 혼자 잠들었을 너의 외로움을 생각하다가,
뼈가 녹아드는 것 같았던 네 아빠의 심장 수술을 떠올리다가,
할머니가 살아 계신 동안 잘 해드린 게 하나도 없는 것만 같아서....
어느 글에선가 '우리 엄마도 한때는 소녀였던 적이 있었답니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
가서 말해주고 싶더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한때'가 아니라
'지금'도 소녀 같은 마음이라고. 꽃이 피면 꽃잎을 따서 머리에 꽂아보고,
가을이면 단풍잎을 주워 책갈피에 곱게 꽂아두는 나이 든 소녀, 그게 엄마들인 걸.
그런데 많은 딸들이 엄마도 여자라는 걸 깜빡하는 것 같아.
요즘 너는 부쩍 소개팅이 잦더구나.
이러다 어느 날엔가 "엄마, 나 결혼할 거야" 하면서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네가 쓰는 물건이 다 소중해 보이는구나.
아침마다 쓰는 샤워 젤부터 칫솔, 헤어드라이어, 옷, 매일 덮고 자는 이불,
그리고 침대 위에 펼쳐져 있는 책까지. 네가 떠나고 나면 다 그리워지겠지.
문득, 영화 <맘마미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메릴 스트립이 20년간 홀로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날, 머리를 빗겨주면서
'Slipping through my fingers' 라는 노래를 부르지.
Schoolbag in hand, she leaves home in the early morning
이른 아침, 책가방을 들고 그녀는 집을 나서죠
Waving goodbye with an absent-minded smile
무심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이라고 손을 흔들었죠
너도 언젠가는 책가방 대신 신혼여행 가방을 들고 내 곁을 떠나겠지.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 여행이나 다녀올까? 네 생각은 어때?
*김재용의 <엄마의 주례사-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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