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12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에게 상처가 되죠
그대아침
2025.02.12
조회 189
고백건대, 아주 약한 강도의 미움과 증오는
인생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와 회사에서 안하무인으로 우쭐대는 인물을 향해
때때로 흐릿한 미움을 품음으로써 경쟁에서 그를 이길 수 있었고,
만만해 보이는 후배만 골라서 하이에나처럼 괴롭히는 선배 앞에서
종종 날카로운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권리와 이익을 지켜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미움의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으리라.
미움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 중 하나다.
미움의 대상은 먼 곳이 아니라 대개 가까운 곳에 있다.
마음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던 사랑이 빠져나간 뒤,
그 자리에 미움이 채워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 사람을 미워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돌볼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음의 에너지는 무한정으로 흐르지 않을진대,
타인을 미워하느라 그 한정적인 에너지를 내가 아닌
남을 향해 쏟아내다 보면 정작 힘을 내야 하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는 수가 있다.

마음에서 다른 감정을 모조리 몰아내고 오로지 증오만 쌓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삶의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증오로만 물들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평정심을 잃고 일을 그르친 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되는 일인데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를 뒤늦게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땐 있는 힘을 다해 마음에서 미움을 뽑아내려 해도 뽑히지 않을지 모른다.
미움이 너무 깊이 박혀버렸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마음과 미움이 하나로 포개져서
둘을 분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기주의 <마음의 주인>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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