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21금 어떤 삶은 나누어진 빛으로 영원히 살아간다
그대아침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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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빛나는 사람은 영원히 빛날 것 같았다.
그래서 '빛나는 사람이 되기'라는 목표만 있었을 뿐,
그 이후나 그 밖의 것은 잘 생각하지 않았다.
가령 무대위에서 빛나는 가수, 경기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화배우가 부러웠다.
꿈이란 이루고 나면 영원히 이어지는 무엇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심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자연스레 깨달았다. 삶에는 일종의 전성기나 정점이랄게 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영원히 빛날 수는 없다.
누구도 영원히 빛나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빛남을 어느 순간 내려놓지 못하면 사람은 점점 추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의 잘남이나 빛남, 자기에 대한 몰입에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빛남이 가장 중요했다면,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아이가 빛나는 미소와 기쁨을 갖길 바란다.
나의 빛남보다는 아이라는 타인의 빛남에 더 웃는 시절이 시작된다.
한평생 오로지 자신의 빛남, 자신의 성공,
자신의 미모에만 집중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 누구나 그런 일의 허무함에 대해 만날 날도 오리라 생각한다.
시간과 세월이라는 조건을 부여받은 인간이라는 생명은
'영원'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타인에게 그의 빛남에 기여하는 씨앗을 심는 순간들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빛을 온전히 가진 존재가 된다.
누구에게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다.
마음으로든, 외모로든, 사회적 성취로든, 내면의 힘이나 어떤 영역의 능력으로든 말이다.
나는 삶에서 해야 할 일이란 그 빛을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분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타인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빛이랄 것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삶이 다하여 그 빛이 완전히 꺼지기 전까지 그 빛을 나누어주며 살아간다면
이 삶의 허무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삶은 타올랐다가 꺼지지만 어떤 삶은 나누어진 빛으로 영원히 살아간다.

*정지우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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