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이 꽝꽝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생일을 맞이한 적이 있다.
자취방 가스버너로 물을 끓이며 추위를 견디려고 점퍼를 입고 잠이 들던 밤,
나는 이곳이 북극보다 더 춥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생일날 무엇을 받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신기하다.
누나가 생일 선물을 두고 갔다고 문자를 남겨서 퇴근하자마자 돌아왔다.
혹시 상하는 물건을 두고 간 게 아닐까 걱정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무엇인가를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누군가 내게 생일 선물을 줄 때면 나는 어색해 어쩔 줄을 모른다.
분명히 고맙지만 나도 모르게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이런 것을 했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분명히 고맙다고 느끼지만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일이 나에게 주는 선물은 추위뿐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자들에게 생일은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런 선물이 없다.
방안과 씽크대, 옷걸이까지 여기저기 찾아봐도 선물이 없다.
누나는 나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갔을까. 나는 누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누나 선물 어디다 뒀어?"
몇 분이 지나자 간단한 답이 온다. "냉동실 열어봐"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누나가 얼려놓고 간 얼음덩어리를 본다.
그리고 짧은 메모를 본다.
"한 번에 먹을 만큼 봉지에 싸놨으니까 먹을 때마다 냄비에 넣어서 데워먹어라.
먹으면 설거지 바로 하고, 바퀴벌레 생긴다."
나는 북극곰처럼 멍청히 서서 얼음덩어리를 본다. 미역국으로 만든 얼음덩어리.
눈물이 난다. 북극곰은 얼음덩어리를 타고 놀고 얼음덩어리 위에 올라앉아 잠을 잔다.
나는 미역국으로 만든 얼음덩어리 위에서 살아가는 북극곰인가. 내가 우는 것은
내 삶이 슬퍼서인가 누나의 삶이 슬퍼서인가. 실은 북극에서 선물이 날아온 것처럼
기쁘고 감동적이다. 미역국으로 만든 얼음덩어리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나 큰 힘을 준다. 선물을 받는 순간 나는 아이가 된다. 너무나 먼 나라에서 날아온
선물처럼 어색하고 신비한 얼음 덩어리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곰처럼 웃을 것이다.
한 아이의 웃는 얼굴이 오로라처럼 빛을 뿜으며 겨울마다 내 앞에 펼쳐진다.
*신현림 작가가 엮은 <선물 우체통>중,
김성규 시인의 <북극에서 배달된 얼음덩어리>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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