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130금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그대의 낭만이 되어주고 싶어
그대아침
2026.01.30
조회 65
하루쯤 현실이 아닌 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사람의 숲을 잠시 떠나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은 그런 상상 말입니다. 
어릴 때는 마냥 낭만이라는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도 모른 채 낭만적인 사랑, 낭만적인 사람 등이 좋아 보였거든요.
나이를 먹고 문득, 정말 낭만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늘 오래 품고 있던 단어인데 막상 생각해보니 정의 내리기 어려운 심오한 단어더군요.
사전에서 '낭만'을 처음으로 검색했던 날, 한참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좋은 뜻이긴 한데 도통 감이 안 왔습니다. 어디에나 낭만을 붙이면
좋은 것인 줄 알았던 저는 그때부터 낭만을 조금 경건히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참, 철학적인 단어구나 하면서요.

가장 힘들고, 바쁘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신기하게 시를 찾았습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 눈빛 없는 눈들과 살고 싶은 밤마다 시집을 읽고 시를 썼습니다. 
그때 어렵기만 했던 낭만이라는 단어를 조금씩 알게 되었지요.
어딘가 쓸모없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없을 법한 것, 낭만을 이렇게 정의하게 됐습니다. 
시집 속에는 어쩌면 쓸모없고, 없을 법한 것이 가득했습니다.
시집을 읽을 때면 현실 속 말들은 잊히고, 나는 그들과 아주 멀리 떨어질 수 있었지요.
내가 느낀 낭만입니다. 그렇게 낭만에 대한 시를 한 편 썼고 2018년 발표했습니다.
그 시는 제 모든 시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시가 되었지요.
시를 쓰는 지금까지 낭만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셈이죠.
그 낭만이 수많은 독자를 만나게 해주었고 지금도 시를 쓸 힘이 됩니다.

그 시의 장면은 이렇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얀 구름이 달린 눈을 부서지지 않는 낙엽을
코에 달아주는 것.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준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없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장면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 시를 쓰는 이유입니다.
세상이 너무 외롭고 각박하고 고통스러운 요즘입니다.
누구도 해주지 않는 쓸모없는 이야기를 건네는 우리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그 이야기 하나에 동화의 나라로, 환상의 섬에도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제야의 <시가 되는 순간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