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22수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진 날, 뭔가 변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
그대아침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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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옷을 좋아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외부에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니까.
매달 한정된 용돈 안에서 다양한 옷들을 사야 했기에 늘 저렴한 것들로 구입했다.
여름엔 통기성이 안 좋고, 겨울엔 보온이 안 되는 옷들.
한 철 입으면 늘어나거나 보풀이 일어나서 더는 입기 힘들어지는 옷들로,
방 한 칸짜리 자취방은 시간이 흐를수록 옷들로 쌓여갔다.
처음에 구입했던 1단짜리 행거에 옷을 걸 자리가 없어지자 2단짜리 행거를 새로 사들였다.
2단행거도 빽빽해지자 길가에 버려져 있던 5단짜리 서랍장과 선반을 주워 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늘 입을 옷이 없었다. 아침이면 뭘 입어야 할지
행거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나의 수집 병은 옷에 그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옷과 막상막하로 수집 병을 자랑하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나는 심심하면 책을 드는 독서광으로서 서점에 드나들며 책을 사는 게
취미였다. 매달 다 읽지도 못한 많은 책이 쌓여갔다. 책을 읽는 속도가 사는 양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책을 사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집에 읽지 못한 새 책들이
잔뜩 쌓여 있지만 언제나 또 다른 새 책을 사는 데에서 만족을 느꼈다. 자취방에는
먼지가 많아서 아무리 책상과 선반을 자주 닦아도 늘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갑자기 무너졌다. 행거에 걸려 있던 옷가지들이
모두 앞으로 쏟아졌다. 서둘러 행거 기둥을 붙잡고 다시 세우려는데
걸려 있는 옷들의 무게에 눌려 행거는 폭삭 내려앉아 버렸다.
땀범벅이 되어가며 옷가지들을 걷어내고 행거를 세우기 위해 애써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가진 옷의 무게를 느꼈다. 옷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의 부피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방 한가운데에 앉아 자취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내 시선이 훑어본 나의 자취방은 작은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온갖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의 양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무언가 변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었다.

*이혜림의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