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후반을 살아가면서도 '행복'이 낯설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말하기 전에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내가 요즘 행복해요'라고 말한 적이 없다.
알토 리코더를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악보 읽는 법을 잘 몰라서 더듬거린다.
선생님에게 내 수준을 솔직하게 표현한 후 배우고 있다.
낮은음 소리 낼 때 부드럽지 못하고, 고음은 맑지 않아 거칠고,
반음은 운지법이 헷갈리고, 박자는 제멋대로지만 매일 연습하며 좋아지고 있다.
알토 리코더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소리가 좋고 연주하고 있으면 편안하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니 기분 좋고 매일 연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게
좋다. 혼자서 해보려고 할 때는 매일 연습하는 게 안 됐는데
한 달에 두 번씩 선생님을 만나니까 꾸준히 하게 된다. 악기 소리를 예쁘게 내고
악보를 잘 보려고 하지만 수시로 실수한다. 그럼 다시 연습하며 집중한다.
이렇게 리코더 연주에 주의를 모으고 있으면 편안하다.
이런 행위와 상태가 즐거움이고 행복인 것 같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검색해서 켜고 연주해 보면 박자를 못 맞춰서 정신이 없다.
알토 리코더의 부드러운 음색이 드러날 틈도 없이 속도를 맞추느라 헉헉거린다.
혼자 연습하고 재촉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악보를 외워서 근사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없다.
하지만 어버이날에 시골에 혼자 계신 친정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연주했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좋고 음악으로 뭔가 표현하는 게 따뜻하다.
아름답게 물드는 느낌이다.
막연하게 나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면 삶이 풍요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알토 리코더를 1년 넘게 하면서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흥얼거리던 노래의 악보를 구해서
연습하고 있는데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고, 노래하듯이 부드럽게 연주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좋다.
생활 속에 악기가 있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요즘 리코더를 연주하며 행복해요."라고.
리코더 연주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하는 행위, 집중된 마음이 편안하고 감사하다.
*김영식의 <겪고 선택하고 연습하며>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