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529금 삶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좀더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대아침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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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한 휴양지 여행에서 오후의 시간은 나른하고 더디게 흘러갔다.
지루해하는 엄마와 함께 보기 위해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골랐다.
제작자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오랜 영화 촬영과 편집 일에 지쳐 
고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으로 돌아온다. 어릴 적 경험한 자연을 
그리워하며 매일 프리다이빙으로 바다를 탐험한다. 다시마숲으로 가득한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 문어 한 마리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상의 도입부를 본 후 엄마는 그 나라 사람들은 문어를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문어와 마주쳤으면 얼른 잡지 않고 왜 보고만 있느냐고 해서 우린 한바탕 웃었다.
문어에 대한, 아니 사람이 아닌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늘 그래 왔다.
인간에게 유용한가 그렇지 않은가. 혹은 먹을 수 있는가 아닌가로 생명의 가치를
가늠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 기준이라면 문어는 가치 있는 먹거리로 망설임 없이
식탁에 올려야 하는 존재다. 그런 문어와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우리를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문어와 친구가 되는 것은 인간의 교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거리를 유지한 채 오감으로 서로를 탐색한다.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라 확신이 들면
손을 내밀어 상대를 느낀다. 크레이그가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자 문어는
재빠르게 도망을 쳤다. 그는 크게 낙심하며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문어 연구에 더 몰두한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법, 
그는 마침내 친구의 새로운 은둔처를 찾아내고 다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친구인 크레이그에게 문어는 독자적인 행위 예술을 펼친다. 그들에게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관계의 세계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지구의 아름다운 무늬를 생각한다.
떠오르는 아침 해와 새의 지저귐이 어우러지듯, 문어와 다양한 해조류들이 공존하듯
지구의 경이로운 생명들은 서로서로 조화롭게 화음을 이룬다. 그들의 노래에
무심한 지구인이 되지 않기 위해 매순간 나의 신비로운 선생님을 찾아내고 싶다. 
우주 속 작은 행성을 잠시 스쳐 가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지구는 더 황홀하고 다양한 무늬를 우리 앞에 드러내지 않을까.

*이수진의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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