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당신과 나는
희미한 세월의 끝자락에 서서
서로를 지워가는 연습을 합니다.
끝 쪽 다리를 지우고
몸을 지우고
두 팔을 지우고
이제 겨우 얼굴 하나 남았습니다.
밤새워 지워도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얼굴은 꿈쩍도 안 합니다.
제아무리 세월이 인연을 외면해도
야멸차게 등을 떠밀어도
마지막 하나 남은 흔적의 끝자락은
눈물이 강을 이루어도 실어 보낼 수 없습니다.
차라리
남은 세월을 지우렵니다.
정기성 시인의 <모습 지우기>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 지지 않고
외면하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얼굴이 있지요.
사진을 버리고 기억을 지우려 해도
때가 되면 떠올라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시간조차도 어쩌지 못할 만큼 가슴 깊이 각인 된
가을이면 유난히 더 보고픈 그런 사람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