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4 (목) 한 점 바람이 되고 싶다
저녁스케치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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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움이 내 안에 자리 잡아
겹겹이 쌓여 드는 먼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을 때면
미칠 듯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애써 다독거리지 않아도 좋을
한 점 바람이 되고 싶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함으로 주저앉아
허망한 시간으로 채워가기보다는
어느 한적한 언덕배기 벤치 위에 앉아
한껏 몸을 낮춰 피어난 이름 없는
풀꽃의 여린 몸 어루만지며
잠시 머물다 떠나도 좋을
한 점 바람이 되고 싶다

평생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부평초 같은 존재일지라도
내 몫으로 주어진 삶의 길
소록소록 하늘 스치는
한 점 바람이 되고 싶다

김혜정 시인의 <한 점 바람이 되고 싶다>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으면 꽃처럼 살고
세상을 편하게 살고 싶으면 바람처럼 살라고 하지요.
그리 마음먹는다고 막막함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생을 가득 채운 힘겨움을 내려놓을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삶의 고비들을 유유히 넘는 바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