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9 (화) 견디는 일
저녁스케치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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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견딘다는 건
기다릴 줄 안다는 거다

누군들 제 살점을 도려내고 싶겠는가
나무가 낙화를 견뎌 열매를 맺듯
버리는 건 잊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기다리는 거다

멀어진 등을 바라보며 울었던 건
잊으려는 게 아니라
잘 견디려고
굵은 눈물 낙화로 떨구며
몸속의 기억들 하나씩 버리는 일

하얀 발자국을 바라보며 서 있는 건
훌훌 털어 버리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믿는 거다

고경옥 시인의 <견디는 일>

시간이 흐르면 나아진다는 걸 알지만,
시간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근데 힘이 들어가면 더 버거워져요.
괴로운 일 몇 개쯤은 모른 척 내버려두고,
가끔은 눈물에 회한을 흘려보내고선,
힘을 빼면서 꼭 쥔 주먹을 펴봐요.
그런 후엔 속는 셈 치고
잘될 거라고,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