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독대는 따뜻하다
감나무 잎 떨어져 수북해도
도망가기 위해
몸 비트는 지네가 있어도
된장은 구수하고
간장은 달다
하루를 나눈다
2교대 또는 3교대
낮 밤을 번갈아
노동할 수 있는 이유는
젊다는 것과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자정을 넘긴 귀갓길
낮부터 준비해 둔 된장국
스텐 밥공기에
따뜻한 한 끼
일하고 돌아오는 바른길
노동을 인정해 주는
기대감 때문이다
추운 겨울 터져서 금이 간 장독
봄이면 테를 메워
한 식구처럼 서 있는 항아리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귀갓길
비틀거려도 돌아오면
내일이 시작된다.
이숙희 시인의 <집>
고단했던 하루를 품어주는 따스한 온기,
사라진 자신감을 채워주는 푸근한 집밥,
다시 내일을 살게 하는 응원의 미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요.
천근만근 어깨가 무거운 저녁이지만,
도착한 순간 살아갈 힘이 생길 걸 알기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