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6 (월) 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
저녁스케치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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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곱다 고와,
봉고차 장수가 부려놓은 몸뻬와 꽃무늬 스웨터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말

먹어봐 괜찮아,
복지에서 갖다주었다는 두부 두 모
꼬옥 쥐여주는 구부러진 열 손가락처럼
뉘엿뉘엿 노을 지는 묵정밭 같은 말

고놈 참 야물기도 하지,
도리깨 밑에서 튀어 올라오는 알콩 같은 말
좋아 그럭하면 좋아,
익어가는 청국장 속 짚풀처럼 진득한 말

아아 해봐,
아 벌린 입에 살짝 벌어진 연시 넣어주는 단내 나는 말
잔불에 묻어둔 군고구마 향기가 나는
고마워라 참 맛있네,

고들빼기와 민들에 씀바귀도 어루만지는
잘 자랐네 이쁘네,
구부려 앉아야 얼굴이 보이는 코딱지풀 같은 말
흰 부추꽃이나 무논 잠시 비껴가는 백로 그림자 같은

벼 벤 논바닥 위로 쌓여가는 눈 위에 눈
학교도 회사도 모르는
마늘에서 막 돋아나는 뿌리처럼
늘 희푸른 말

김해자 시인의 <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

사랑한다면 하루에 한 번씩 예쁘다고 말해줘요.
하는 일마다 잘한다~잘한다~ 추임새도 넣어주고,
하루 끝엔 무조건 고맙다는 말로 마무리 해요.
고단했던 하루가 미소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