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0 (금) 시력검사
저녁스케치
2024.12.20
조회 192
첨단 기계들이 점점 몸집을 세워
집어삼킬 듯 내려다보고 있는
오싹한 안구 검사를 끝내자
“아직 노안은 진행되지 않았는데
난시가 심합니다”
처방받아 맞춰온 난시 교정용 기능 안경
시력이 빠져나간 자리에
안경은 제자리를 못 찾고
콧잔등을 바쁘게 오간다
일할 때만 잠시 쓰던 안경은 점점 나를
안경 없던 일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듯 안경을 닦으며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안경과의 동거를
받아들이는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나이테가 생생하다
이은주 시인의 <시력검사>
어느날은 눈이 침침했다가,
하루는 어깨가, 하루는 무릎이 시큰,
여기저기 몸이 돌아가며 시위를 벌입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지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마음을 달래가며 몸에 맞춰
천천히 삶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삐끗할 때마다 나이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로 해요.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마음테는 더 단단해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