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1 (토) 살 궁리
저녁스케치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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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도 때로는
사는 곳 서로 멀어 잊은 듯 살아가지
손길 닿지 않는 먼 곳
유일하게 맞닿은 마음 때문에
진동처럼 그리움이 불쑥 찾아와

오랜만에 통화해도 우린
아무렇지 않게 시간의 공백이 허물어져
어제 일처럼 느껴지게 하곤 해
잘 지내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지 묻고 싶은 내 마음에
괜찮다는 대답처럼 너는
전화기 너머 환한 음성으로 말했었지
내 살 궁리는 다 하고 살아
그 말이 참 많이도 고마웠다

너는 너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나의 시간 안에서
흔들리는 시계추처럼 바쁘게 살아가지만
잘살고 있다는 너의 살 궁리가
오늘 내겐 위안이 된다

뭐 그렇게 사는 거지
헝클어진 실타래 풀어가듯 복잡한
현실 속에서
똑똑하고 야무지게 살 궁리 하는 거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가끔은 묻자
살 궁리가 막막할 때도 찾아올 테니
그때는 마음을 포개어 보자
시간의 음영(陰影) 안에서조차
어쩌면 싹을 틔울지도 모를
살 궁리가
그때를 기다렸을지도 모르니

황도연 시인의 <살 궁리>

“잘 지냈어?”라는 물음에
“으응, 그럭저럭 잘 지내. 너는?”하고
돌아오는 한결같은 대답.
하지만 그럭저럭 속에 담긴
많은 의미를 알기에 더 묻지 않습니다.
부디 살 궁리에 지치지 않기를,
그저 지금처럼 내내 한결같기를,
갖은 소망을 담아 짧은 인사를 건넵니다.
“어, 나도 잘 지내. 아프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