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1 (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저녁스케치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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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고 나와
달 보고 들어가는 길
축 처진 어깨가 무거워 보였을까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내려앉아
토닥토닥 마사지를 해준다

거꾸로 선 가로등 불빛 아래
샛노란 물결이 출렁이고
사그락사그락 들려오는 노래에 쫑긋하고
종종걸음 멈추어 서니
나 닮은 그림자만이 서 있다

둘이서 의지하며 집으로 들어가는 길
무언의 정담을 나누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비집고
방글거려주는 달님이 참 고마워
두 어깨 활짝 펴고 입꼬리를 올려본다

사시사철 길동무가 되어 준
별과 달 그리고 바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꿋꿋이
불침번을 서주는 가로등 덕분에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그다지 외롭지 않다.

염경희 시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

퇴근길에 들려오는 편안한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
묵묵히 가야 할 길을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
머리를 쓰담쓰담, 어깨를 토닥토닥 위로하는 달과 별,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길벗들이 얼마나 든든한지요.
덕분에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고마움을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