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1 (화) 어둠도 자세히 보면 환하다
저녁스케치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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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 없던 낡은 월세 자취방.
한낮에도 어둠이 빠져나가지 못하던 방.
아침에 퇴근하여 햇빛을 받고 들어가면
직사광선이 일제히 꺾이어 흩어지던 방.
잠시 눈꺼풀에 낀 잔광도
눈을 깜박거리면 바로 어둠이 되던 방.
퀴퀴하고 걸쭉한 어둠이 항상 고여있던 방.
방에 들어서면 눈알이 어둠 속에 깊이 박혀
이리저리 굴려도 잘 돌아가지 않던 방.
어둠이 보일 때까지
어둠 속의 무수한 빛과 색깔이
내 눈을 발견할 때까지
오래오래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던 방.
자세히 보면 어둠도 환하게 보이던 방.
방안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큰 숨을 들이쉬며
느릿느릿 어둠을 빨아들였다가
제 속에 든 빛을 오래오래 발산해 주던 방.
보잘것없는 물건들이 서로 비춰주고 되비춰주며
제 안에서 스스로 발광하는 낮은 빛을
조금씩 끊임없이 나누던 방.

김기택 시인의 <어둠도 자세히 보면 환하다>

별은 어둠 속에서 헤맬 때 가장 빛나고,
희망은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길을 안내한다지요.
그러니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는
작은 빛의 힘을 믿었으면 해요.
그 빛을 따라 눈부신 인생의 봄이 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