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 핑계로 결근을 하고
책상에서 나와 함께 통증이 사라졌을 때
갈 곳 없어진 통증은
날마다
내 머리맡 가려운 시간에도
보글거리는 싱크대 설거지통에도
악다구니 쓰는 아래층 여자에게도
우리 집 고양이의 고요한 잠 속에도
숨어 자라나다가
환상이라는 것이 생겨났을 때 행복하게 찾아오네
저녁이 사라진 삶에 야경은 전등의 통증들
용서를 선물할 때쯤 찾아오는 눈물의 통증들
벽을 보고 말라 죽을 거라는 애인은 불안의 통증들
엎드려 희망을 이야기하는 우울의 통증들
침묵이 태어나는 새벽 근처에서
태양이 명멸을 기다리며 서성거릴 때
통증은 그제야 보란 듯 책상 한가운데
나와 함께 앉아 있네
지긋지긋한 나날들의 행복은 통증과 함께 찾아오네
유현아 시인의 <어느 지긋지긋한 날의 행복>
불행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중에 늘 좋은 면,
더 밝은 면이 먼저 보일 거예요.
우린 그저 그런 날들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 누리는 행복 지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