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6 (수) 다듬어지는 저녁
저녁스케치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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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하루를 온몸에 두르고 돌아오면
당신은 말없이 두 팔을 걷어붙인다.
고단한 시간을 국물로 풀어내며
저녁을 데워내는 사람.
당신 손끝이 닿으면
청양고추는 은근한 향으로 퍼지고,
부서진 두부도 차분한 모양을 찾는다.
각진 도마 위 깍두기처럼
네모난 마음도
당신 앞에서는 천천히 동그래진다.
눈물 맺힌 양파 속도
당신의 웃음에 데쳐져
달큰한 온기로 번지고,
뚝배기 가득 퍼 올린 정성 속에
구수한 사랑 한 숟갈 떠 넣는다.
따스한 숨결을 베개 삼아
당신 품에 기대 잠들 때면
국물이 깊어질수록 더 진해지는 마음처럼
우리도 밤새 서로에게 스며든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배운다.
따뜻한 당신이 있어.
박성환 시인의 <다듬어지는 저녁>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차려진 따끈한 밥상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아내의 응원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윤기 흐르는 밥 한술 떠먹는 순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퍼지는 온기에
마음의 구김이 펴지고 힘이 솟지요.
모든 힘을 소진한 오늘,
따스한 집밥 한 술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