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9 (토) 너처럼 미련 없이
저녁스케치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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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잎으로 태어나
평생을 푸르른 줄 알았더니

바람에 찢기고
벌레에 내어주고
추위에 떨면서

가슴 졸이고 애태우며
살아온 시간이
너를 울긋불긋 물들이게 했을까

잘 견디며 살아온 세상
모든 인연 벗어버리고 떠나는
너를 바라보며

훗날에 너처럼
속까지 고운 단풍 되어
미련 없이 가고 싶다

복기순 시인의 <너처럼 미련 없이>

찬란하게 가을을 물들였던 단풍이
바람 따라 훨훨 제 갈 길을 떠납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아프단 말 한마디 못 하고
낮은 곳으로 몸을 던진 것도 억울할 텐데,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을 겪고도 다음을 기약하네요.
그런 단풍잎처럼 미련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 톨의 원망 없이, 미움 없이.
고마움과 사랑만 간직하고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