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6 (금) 풀빵
저녁스케치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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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름 참까지
골목길에 서서
바람 냄새를 헤아린다

하루가 식어 가는 길목마다
작은 불씨처럼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번진다

그때
따뜻한 숨결이 스민
풀빵 냄새 먼저 와 닿고
뒤에서
엄마 손에 흔들리는
종이봉지 하나

기다림은
이제야 모양을 가진다
말랑한 빵의 둥근 온기
봉지 속에서 찡하게 새어 나오는
달콤한 저녁

나는 엄마 손을 품에 안으며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시간은
누군가를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름 참의 골목은
그날도 천천히 저물고
풀빵 향기는
오래도록 마음속 불빛이 되어
따끈하게 살아 있다.

정병근 시인의 <풀빵>

어릴 땐 부모님 손에 들린
달달하고 고소한 간식을 기다린 줄만 알았지요.

그런데 터벅터벅 고단한 발걸음 소리가 생생하고
봉지 속의 뭉근한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 걸 보면,

어쩌면 간식보다 더 달콤한
부모님의 사랑을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뒤늦은 감사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린 지금,

혹여 꿈에서라도 따뜻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간식 봉투를 든 부모님의 손을 꼬옥 잡아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