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6 (화) 골목에서 울다
저녁스케치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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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않아도 슬픔의 최전선이다
시장통 외진 골목을 걸어가며 우는 뒷모습은,

셔터에 밀려 버려진 가게 문짝들
드럼통과 생선 상자들로 굴곡진 벽
기댈 곳도 잡을 곳도 없다
바닥에 낙엽 한 장 굴러와 쌓일 형편도 아닌 그곳,

앞만 보고 걷다가 하수도 배관에 걸리고 마는 골목,
그곳은 이미 여러 번 고꾸라져 본 이들과
기댈 곳 없이 주저앉던 이들이 지나는 길,

늘어진 전선들이 노을 속에 엉켜 있는 저녁
울며 걷는 사람에게 길은 길이 아닐 때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보아온 골목은
어쭙잖게 훈계나 위로하지 않는다

저 묵묵히 그가
슬픔을 밟고 지나가도록, 견디어주도록,

그리고, 다 지나간 다음
텅 빈 생선 상자를 제자리에 쌓고
여전히 골목의 끝이 큰길에서 보이지 않게
외진 길로 돌아앉아 있는 것,

구부러진 시장통 골목은 막다른 이가 찾아가는
시장통의 공소(公所), 슬픔의 최전선이다

고경숙 시인의 <골목에서 울다>

저녁 골목길만큼
사연 많은 곳이 또 있을까요.
그래선지 골목은 늘 그 자리에서
슬픈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입니다.
혹여 그렁그렁 맺힌 눈물에 넘어질까
가로등불 환히 밝히고
까만 밤하늘에
달빛 별빛 응원을 띄워두고는
가만히... 눈물이 마를 때까지
길벗이 되어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