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7 (토) 면허증
저녁스케치
2026.01.17
조회 148
가르마 고랑 사이
할미꽃 핀 하얀 할머니
톡, 톡, 톡, 세 발 자동차를 몬다
뒤뚱뒤뚱
운전이 불안한 늙은 몸
힘겹게 노란 선 물고 간다
병아리 물 먹듯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등 세 번 두드리곤,
또, 끌고 간다
빨간 신호등 켜진 줄도 모르고
관절마다 삐걱삐걱
소리통 달고 간다
새끼들 집집마다
태워주느라
몸체는 낡아 등골은 흔들리는데,
앉을 때도 일어설 때도,
‘아야야’
시동 꺼지는 소리 절로 따라 나온다
비 예보라면
고기압도 저기압도 다 겪은,
오보 한번 없는 할머니
평생 몰고 다는 대가로,
폐차 직전
달랑 일기예보 면허증 하나 땄다
정범효 시인의 <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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