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3 (금) 국숫집이 그립다
저녁스케치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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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후루룩이 아니다
후루룩후루룩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아니라
물을 마시듯
끊어지지 않게 삼키는
입 밖에서도 몸 안에서도 엉키지 않게
후루룩후루룩 자셔야 한다
그래야 잘 풀린다
배부르게 먹자고 들른 집이 아니니
후루룩 뚝딱 한 그릇에
금방 잘 풀릴 것 같은 일을 생각하면서
살살 헹구듯 돌돌 말아 올리는
면발인지 나의 오래된 끈인지
가벼운 주머니로도
자꾸 찾게 되는
후루룩이 후루룩을 따뜻하게 영접해 주는
그런 국숫집이 언제나 그립다

오영석 시인의 <국숫집이 그립다>

후루룩~후루룩~
시원한 소리에 종일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허기진 마음이 든든하게 차오르던 곳.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당기는 맛과
슴슴한 사는 이야기가 어우러진
동네 어귀의 자그마한 국숫집.

세상 혼자인 것 같은 날엔
정을 둘둘 말아 내어주던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