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도 없이
길을 걷는데
때아닌 봄비가 내립니다
회색빛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며 그려지는
빗방울 방울방울
커다란 동그라미 속에
환하게 미소 짓는
당신 얼굴이 있습니다
오늘처럼
예고도 없이
봄비 내리는 날이면
그리움 같은 당신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안숙현 시인의 <봄비 내리는 날이면>
비는 늘 그리움을 데려오지만
봄비는 아련한 사랑을 품고 옵니다.
불꽃처럼 피었다 비바람에 흩어지는
봄꽃 같던 첫사랑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봄처럼
마음을 뒤흔들고 홀연히 사라진 풋사랑도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있는 참사랑도
봄비와 함께 톡. 톡. 마음을 두드리며 스며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