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국수가닥처럼 거리에 떨어졌다 너도 무언가를 놓아버렸구나 수평은 손가락이 놓친 수위이기도 하지 기울어진 국수 그릇이 흘린 얼룩처럼 109동 서쪽 벽면이 동쪽 벽보다 젖어 있다 내 오른쪽 어깨가 서쪽이라면 너는 왼쪽에 있었겠지그러니까 심장 쪽에서, 너는 후후 불어가며 나를 마시려고 한 거다 슬리퍼에서 바지락 치대는 소리가 난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온 발자국이다 그렇게 패총貝塚이 쌓였고 그렇게 죽음 쪽으로 나는 한 발짝 이동했다
권혁웅 시인의 <비와 칼국수가 있는 풍경>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어요.
크게 한 젓갈 집어올린 국수면발이
젓가락질을 잘못해 다시 후두둑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급하고 빠르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였죠.
오늘 하늘은 들고 있던 물 양동이라도 떨어뜨린 걸까...
후두둑 놓쳐버린 것들이 생각나는 흐린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