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명(名)이라는 한자는
저녁 밑에 입이 있다.
해가 지고 깜깜해지면
손짓할 수 없기에 이름을 부른다.
어서 가서 저녁밥 먹자고
밥상머리로 데려간다.
작은 불빛을 가운데에 두고
환한 웃음이 피어난다.
이름 명 자를 보고 있으면
그 글자가 만들어진 먼 옛날 밤이
두런두런, 우렁우렁, 까르르 밀려온다.
어서 들어와 저녁 먹으란 말이 좋다.
어둠 속을 헤쳐 와서 어깨동무하는 목소리,
오늘은 저녁 식판을 들고 속으로 말한다.
엄마도 그만 돌아오셔서 저녁 드세요.
아버지도 엄마랑 밥 좀 같이 드세요.
야간 자습 끝나려면 두 시간 남았는데
야식 배달 시켜 놓으라고 전화한다.
나는 아파트 입구 놀이터에서
핸드폰이 뜨꺼워질 때까지 수다를 떤다.
누군가 나를 마중 나올 때까지.
이담에도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줄 때까지
어둠 속을 서성거릴 거다.
나도 가로등 쪽으로 목을 내밀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거다.
이정록 시인의 <이름을 불러 줄 때까지>
우리는 그래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종종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따뜻한 챙김을 받고 싶어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나를 비추고 있다는 신호를
주길 바라는 거죠.
“어디야? 얼른 저녁 먹으러 와”하며
나를 기다려주는 가정의 따뜻함이
그리운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