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꽃을 버릴 때가 되면
곤혹스럽다
재활용은 안 될 테고
일반쓰레기 봉투랑 음식물 쓰레기 봉투
어느 쪽에 버리는 게 마땅한지
망설이다 종종
동네 화단 덤불에 슬쩍 얹어 놓곤 했다
때가 되어간다
이미 지났을지도
꽃병은 바닥까지 말랐을 것이다
물을 부어주는 게
왠지 계면쩍었던 때가
그때였을까?
꽃병 속에서
시든 꽃이 말라간다
낱낱 꽃잎들과 꽃가루가
식탁 위와 방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다
전날도 아니고 전전날도 아니고
오래전 화장 얼룩덜룩
빛바랜 꽃이여
유독
꽃을 버리는 건
버릇이 되지 않는다
버릇처럼 피어나
버릇처럼 시드는
꽃을
황인숙 시인의 <꽃에 대한 예의>
져버린 꽃도 생명인데
시들어버렸다고 해서 쓰레기 취급해야하는 게
너무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을 때 눈부셨어도
지고나면 초라해지는 꽃들을 보며
삶이란 참 덧없구나... 느낀 적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