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어제가
빈 병처럼 와 있었다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없을까
오늘부터 빈 병에 봄을 채웠다
오늘도 봄, 내일도 봄, 당분간은 봄
뚜렷하지만 어렴풋하게 봄
봄들만 줄을 서는 것이 봄이래
희미한 일은 초봄쯤으로 선명해지고
선명한 일은 초봄쯤으로 흐릿해지다가
기념일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모든 빈 병이 같은 봄일 때
봄은 하루가 아닌 시절이 되었다
너와 나에게 모두 평범해지는 날들
4일이면 사계절이 될 것 같다
이제야 시인의 <가장 짧은 사계절을 살았다>
작별인사도 없이 봄이 가버리고 있어요.
빈병처럼 공허했던 마음을
따뜻한 볕으로, 흐드러진 꽃으로,
그 많던 기념일로 채워놓고,
저만치 떠나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