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닮은 호수 아니
사람들이 바다라고 부르는 호수
파도치듯 물살이 넘실대는 저편으로
낡은 고깃배 한 척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오고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그리워한 곳*
고비를 닮아가는 벌판 지평선 아래
운명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그 섬에 네가 있다
숨 쉴 때마다
거리거리마다 네가 있다
하여 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어느 높고 쓸쓸한 곳을 가야 한다면
나, 당신과 가야겠다
곽효환 시인의 <바이칼>
시베리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 바이칼...
언젠가 ‘우리 같이 가보자’고 했던 곳을
어느 날 나 혼자 보게 될 때가 있어요.
아쉽고, 보고 싶고, 미안하고...
그 많은 감정을 눌러 담으며
‘다음에 꼭 같이 오자...’ 그럴 때가 있지요.
* 신대철의 시 <바이칼>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