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7 (목) 응, 응
저녁스케치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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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는 거다
응달을 먹고 피는 꽃들을 봐라
은방울꽃, 꽃고비, 둥글레
얼마나 씩씩하냐

양지만을 지향하는 덩굴들이 시끌시끌
볕 좋은 곳으로 모여들어도
저를 다 푼 향기로 음지를 살려내는 것들

온몸으로 은종을 흔든다
사방팔방으로 꽃사다리 놓는다
둥글게 은근하게 바깥을 빛내는 족속들

응달에 산다고 꿈까지 응달이겠나
내면 그득 양달을 품고 그늘을 데우는
해맑은 당신의 전부가 빛이다

응, 응, 잘 했어 힘내자
달달하게 등 토닥거려주는
당신이나 나나 하층의 힘 센 음지식물들

권애숙 시인의 <응, 응>


응달에서도 씩씩하게 사는 꽃처럼
우리 역시 응달에서도 잘 살아보는 겁니다.
조금 어둡고, 조금 서늘하지만
괜찮아, 잘했어, 힘내자 같은 응원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예쁜 꽃을
얼마든지 피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