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오고
가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갑니다
그러하자는 약속이 미리 있던 듯
자고 나면 다, 지나, 갑니다
행복도 옛날의 사람처럼 잠시 머물다
때 되면 가도록 놓아줄 일,
놓아주며 지그시 견딜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 견뎌
산비탈의 바람처럼 몸부림치던 날
수두룩이 많았습니다
나는 한참 멀었습니다
생긴 마음이 이모양이니
어느 날 불행 하나 닥쳐오면
그 요란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저녁바람이 지나가는 쪽으로
가지 사이 잎사귀를 터주며
어둠에 젖고 있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는 하루가
다 지난 일 되어
저물고 있습니다
오성일 시인의 <지나가는 일>
흐르는 시간은
야속한 이별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처를 무디게 만드는 역할도 하죠.
멎어버린 거처럼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도
어느 날 보면 과거가 되어있습니다.
고통도, 헤어짐도, 불행도
놓아주며 지긋이 견뎌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