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다가와 만지려 하지 않았으므로
끝없이 발자국을 생산하는 자가 되었다.
숲을 걷는 자는 나무를 설레이게 하는 사람.
풀들을 일어서게 하는 사람.
붉은 열매들을 발치에 놓아두고
발자국마다 흰 나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본다.
방금 돋은 나뭇가지에 모르는 빛들이 얹히고
엎질러진 초록이 두근거릴 때
산책하는 자는 초록을 게으르게 하는 사람이다.
잎사귀를 두렵게 하는 걸음이다.
몸의 방향을 알 수 없었으므로
길어지며 휘어지는 눈빛을 풍선처럼 움켜쥐고
먼 숲을 향해 걸어갔다.
이혜미 시인의 <산책자>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멀어져
깨끗한 숲의 공기를 마셔보고 싶은 요즘이죠.
초록 사이를 느리게 걸으며
잠자던 풀잎을 놀라게 하고, 나무를 간지럽히는
여유로운 산책자가 돼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