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1 (토) 말 주머니
저녁스케치
2018.03.31
조회 249
찬밥 두고 어마이는
새 밥을 지어 밥상 차렸다
어서 와라 힘들지
배고플 테니 천천히 많이 먹어라
나는 입이 메어져라
배차국에 밥 푹푹 퍼먹으며
어마이는 뭘 눟구 끓이시는겨
배차국 내면 떼돈 벌겠수 증말이유 증말
네 입에만 맞겠지 늙은 손맛이 나면 얼마나 나겠누
그건 그렇고

뻔히 얼굴 들여다보는데

아무 일 없어
그 그냥 어마이 보러온겨

다 들킨
텅 빈
말 주머니

허림 시인의 <말 주머니>


다 큰 자식은 엄마 앞에서
‘보고 싶어 왔다’는 말은 못하고
알맹이 없는 말만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습니다.
그 속내를 아는 부모는
‘혹시 큰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전전긍긍하시죠.

보고싶어서, 그리워서, 걱정되서...
정작 꺼내야 할 말은 늘 말 주머니 속에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