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내 수학여행 사진을 보고 말했어
갸가 갸 같아서!
눈 침침한 세상에 자잘자잘한 계집애들 당연한 거지
우리 애들 유치원 소풍 사진 보고 엄마가 그러더라
고놈이 고놈 같아서!
할머닌 그 눈으로 피난길에 아버질 어찌 찾았대?
새끼는 눈으로 찾는게 아녀!
긍게!
흐린 눈에 힘을 주고 인파속으로 뛰어드는 뒷모습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따라가다 끝내 한 점으로 놓쳤을 때도
가~만 바라보면 훤히 보이는 그거 내 새끼 얼굴
에미는 그런 거여!
고경숙 시인의 <갸가 갸 같아서!>
어릴 적에 엄마는
대문 밖에서 들리는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자식 누가 오는지 다 아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는 그 말이 참 신기했는데
자식을 키워보니까 좀 알거 같죠?
운동회, 졸업식, 군대 갈 때도
똑같이 옷 입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데
신기하게 내 자식은 한 번에 찾아집니다.
그래요. 엄마에게는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이는 게 자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