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7 (토) 높임말
저녁스케치
2018.04.07
조회 323
커피 나오셨습니다.
아메리카노 시키신 분
커피 나오셨습니다.

커피 한 잔 값이
제 시급에 맞먹지요.
당연히 높임말을 써야지요.

왕관을 쓰시고
눈꽃빙수께서 나오셨습니다.
당연히 존댓말을 써야지요
세상은 언제나 성에처럼 내치는
냉정한 얼음나라니까요.

커피가 나오시면
진동 벨에 불이 들어오실 겁니다.
천국의 맛으로 인도하실 겁니다.
엔젤 인 어스, 두 손으로 잘 받드십시오.

태초에 빛이 있으셨지요.
부르르, 전율이 있으셨지요.

이정록 시인의 <높임말>


"커피 나오셨습니다." "2만원이십니다."
카페, 식당, 미용실 같은 데 가면
사물을 존대하는 어색한 높임말을 흔히 들을 수 있죠.
쓰는 사람, 듣는 사람도 불편한 표현이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불친절하다’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 사회분위기가 과잉친절을 강요하지 않지는 않은지... 반성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