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을 향해 가는
이 늦은 시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다 보면
옆에 앉은 한 고단한 사람
졸면서 나에게 기댈 듯 다가오다가
다시 몸을 추스르고, 몸을 추스르고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기대올 때
되돌아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흔들림
수십 번 제 목이 꺾여야 하는
온몸이 와르르 무너져야 하는
잠든 네가 나에게 온전히 기대올 때
기대어 잠시 깊은 잠을 잘 때
끝을 향하는 오늘 이 하루의 시간,
내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한 나무가 한 나무에 기대어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기대어
나 아닌 것 거쳐
나인 것으로 가는, 이 덜컹거림
무너질 내가
너를 가만히 버텨줄 때,
순간, 옆구리가 담장처럼 결려올 때
고영민 시인의 <나에게 기대올 때>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힘을 주며,
추슬러도 자꾸 꺾이는 목에 민망해하다보면
어느새 내릴 역이나 정류장...
아니 내려야할 곳을 지나쳐버리기도 하죠.
피곤한 얼굴로 허둥지둥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인생이 고단한 퇴근길인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