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마디만큼 응시가 깊어지고
당신을 그리워할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새로워진 것들이 하나둘
붉은 얼굴을 불러들이는 봄
얼굴 가득 들어찬 주름을 털어 내
나도 봄을 불러 들인다
너무 아픈 기억이 만든 사랑도 봄이 되는 저녁
잊을 수 있을까 두렵던 날도 봄빛을 담는다
두근거리는 저녁 사랑 하나 품어
몰래 간직한 바람, 숲, 안개가 봄빛이다
어딜 가나 당신이 있다
봄빛나무 잔가지에서 눈을 반짝이고
무성한 이파리들 속에도 당신이 있다
하얀 눈이 내려 덮인 산하에도
첫사랑같은 문장이 스며
나무에 묶어둔 마음이 봄이 된다
인생이 어느 가시밭길을 갈지 모르나
연탄길같은 다정을 키워보는 것
바람부는 마음을 안고 걸어도 봄을 안고 걷는 것
오늘 종로방향은 봄빛 일색이다
하늘이 흐리고 마음은 더 광막하여도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꽉 막혀 있어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김신영 시인의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언제부터가 봄일까요?’ 란 질문을 던지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
누군가는 3월 1일부터,
누군가는 꽃이 펴야 진짜 봄이라 하고,
다른 누군가는 마음에 봄이 와야 비로소 봄이라 할지도...
그래요.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가 봄일 수도 있겠죠.
마음에 한아름 봄을 안아봅니다.
바람이 불고 마음은 더 광막하여도
부디 이 좋은 봄이 오래 머물다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