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6 (토) 휴일
저녁스케치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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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나 아니고 노동이 서 있을 때
누군가 날 부르는데 노동이 고개를 들 때
곰살갑게 식탁 앞에 앉아 있을 때
일일용 침대 위에 포개어 누울 때
그게 나의 내부를 계속 궁금해할 때
그래 나도 펑 하고 보여줄까 고민할 때쯤
쉬는 날이 온다.
정오쯤 일어나서
햅쌀을 안치고
거실 바닥을 쓸고
화분에 물도 주고 하는 날
쓸모없는 나절을 꼭 보낸 다음
사랑하는 소리를 듣고 내는 날
노동한테 이겨먹기 위해
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전욱진 시인의 <휴일>
휴일은 뭉친 어깨와 두통을 만들던
긴장을 내려놔도 되는 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뒹굴
나무늘보가 되어도 좋은 날.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성가신 고민들이
뽀얀 먼지가 되어 마음에 쌓이는 날.
맘 가는 대로 사부작사부작
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는 날.
그러니까 휴일만큼은 모든 스위치를 꺼두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