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1 (목) 깎아 주기로 했다
저녁스케치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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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긴 세월 살다 보니
나이를 깎아 주는 일도 있구나

이리저리 그 뜻을 짚어 생각해 보니
스스로는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겠기에

깎아 주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애썼다며
열 살이나 스무 살쯤

돌덩어리도 시간이 흐를수록 둥글어진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뽀족이 모나는 마음
깎아 주기로 했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잡초처럼 무성히 돋아나는 욕심
깎아 주기로 했다

하늘에게서나 사람에게서나
내 생애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
모두 깎아 주기로 했다

양광모 시인의 <깎아 주기로 했다>

나이도 물건값도 깎아 주면 그저 좋고
오히려 더 못 깎아 안달이면서,
마음을 깎는 일엔 왜 그리 소홀했던지요.

쓸데없는 고집에 점점 모나는 마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심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미움도
이젠 좀 내려놓기로 해요.

마음은 동글동글, 인생은 둥글둥글,
보기 좋게 다듬어 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