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8 (목) 너에게 미안하다
저녁스케치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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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것이 그런 건 줄 나도 안다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거든

왜 내가 너를 모르겠니?
부실한 몸에 약으로 살면서
나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만들어 가며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놈의 성격 탓에 너를 혹사했어

그러면서 미안하단 말 한마디 못 했지
그래서 가슴이 아프단다
지금이라도 미안하다는 말과
한 번 힘껏 안아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일을 조금 하고 나면 너무나 힘들어서
구겨진 종잇장처럼 방바닥에
본드로 붙이듯 찰카닥 늘어져 누워야 하지
그런데 미안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미안하자

도지현 시인의 <너에게 미안하다>

다른 사람의 안색이 안 좋으면
괜찮냐고 살갑게 물어보면서
힘들어하면 그냥 두지 않고
온갖 좋은 말과 함께 토닥여 주면서
정작 으스러질 듯 아픈 내 몸과
상처로 얼룩진 내 마음은 왜 모른 척하는 걸까요.
그러지 말고 우리, 일단 나부터 챙기기로 해요.
내가 힘이 있어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