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9 (목) 사는 맛
저녁스케치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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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정일근 시인의 <사는 맛>


사는 게 늘 즐겁고 달콤하면
그건 맛보다 만 음식 같은
반쪽의 삶일 겁니다.
이왕 사는 거라면
기다려보기도 하고, 그러다 바람도 맞아보고
외로워하기도 하며
삶의 전부를 느껴봐야한다는 거죠.
조금 아프고, 조금 쓸쓸해하며
진정으로 사는 맛을 알아가는 거,
그게 인생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