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이 앉을 수는 있으나
누울 수는 없는 크기를 가진 구둣방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구둣방에 갔을 때였다
구둣방 할아버지는 수선용 망치로
검정 하이힐 굽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구둣방 귀퉁이에
짜장면 빈 그릇 세개가 포개져 놓여 있었다
어, 이거? 구둣방 할아버지는
위쪽 빵집 젊은 사장과
아래쪽 만두가게 아저씨가 와서
짜장면 송년회를 해주고 갔다고 했다
구둣방이 좁아 둘은 서서 먹고
구둣방 할아버지는 앉아서 먹었단다
구둣방 왼편에 놓인 서랍장 위에는
케이크 한조각이 얌젆시 올려져 있었다
검정 구두약 통 두개와
한뼘 반 정도 정리를 두고 있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 한조각,
누가 놓고 간 거냐고 묻지 않아도
누가 놓고 간 것인지 알 수 있는
아내의 구두를 구둣방에 맡긴 나는
빵집으로 가서 빵 몇개를 골라 나왔다
아내의 구두를 찾아갈 때는
만두가게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세밑이 따뜻해져왔다
박성우 시인의 <짜장면과 케이크>
요즘엔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웃상인들끼리 오붓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불편을 감수한다거나
가진 것을 나눈다거나 하는 이런 풍경이
더욱 그리운 추운 가을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