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그 다음―이 도시는
거대한 레코드판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혼잣말이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의 쥐똥나무 울타리를 타고 흐르고
신호를 기다리는 건널목을 가로질러
말하듯 노래하기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의 물결이
혼잣말로 들린 것도 그 다음이었다
혼잣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고
혼잣말이 사라진 자리를 단풍나무와 사철나무가
실망으로 우거져 내리어 메운 것도 그 다음이었다
새벽의 골목에서는 혼잣말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포위해 오며 들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혼잣말의 홈을 따라 도는 바늘 같기도 했다
이 도시에 누가 혼잣말을 기록하고 다녔는지
혼잣말은 지하철로에도, 계단에도, 복도에도
유리문의 경첩에서도 투명하게 울려 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혼잣말을
홀로 듣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이 미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내가 미친 것은
혼잣말, 그 다음이었다
함성호 시인의 <혼잣말, 그 다음>
어쩐지 혼잣말이 늘어가는 기분입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혼자 중얼거리고
TV를 보면서 간섭하기도 하고...
길을 가면서도 혼자 “어머 단풍 색깔 좀 봐.”
꽃집에 화분들을 보며 “너희도 춥겠다.” 얘기합니다.
작은 것 하나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가끔은 지독한 외로움에 쓸쓸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