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자취를 밟으며
향기로 다가오는 낙엽에게
가야 할 길을 물었습니다
여름 끝에서 시작된 길은
딴 세상 같은 변화에
사색의 계절은 그리움을 끌어냅니다
들녘에 펼쳐지는 풍경은
변함없이 찾아온 자연의 섭리였고
보내고 나면 아쉬움에 물들 가을을
길을 걸으며 가슴에 담으려 합니다
여름을 지나며 견딘 그리움이
계절의 잔치를 위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인적 드문 숲길이 아니더라도
이곳, 저곳에 남겨 놓은 고즈넉한 정취에
생각의 결이 여물어집니다
어느새 휘감아 도는 낭만의 색깔들
형형색색 스치고 지나는 자국마다
만추(晩秋)의 흔적은 바스락거리며
햇살에 펄럭인 향기는 길 위에도 있었습니다
아, 이 가을이
다시 돌아올 날을 그리워하며
낙엽이 내준 길 따라
계절의 끝자락에 닿을 때까지 걸어가렵니다
염병기 시인의 <낙엽에게 길을 묻다>
미처 다 치우지 못한 낙엽이,
카펫처럼 내려앉은 길...
이렇게 마른 낙엽이 쌓인 길을 걸을 때면
마음도 바스락거리는 듯 하죠.
계절도 이렇게 끝나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야 좋을지...
수북이 쌓인 낙엽에게 길을 물어봅니다.